1948
Manchester Baby, 17줄의 명령이 컴퓨터를 '진짜 컴퓨터'로 만든 날
"케이블 한 가닥도 안 옮겼는데 새 계산을 했어요!" 기계는 그대로 두고 명령만 바꿔서 다른 일을 시킨다는, 오늘날 모든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출발점이 된 작은 실험이에요.
1940년대 후반 컴퓨터는 완전히 이상한 기계였어요. 새 계산을 시키려면 케이블과 스위치를 손으로 다시 꽂고 며칠씩 재배선해야 했어요. 마치 큰 빨래판 같은 회로 패널 앞에 서서 전선을 일일이 옮기는 게 "프로그래밍"이었어요. 한 계산이 끝나면 다음 계산을 위해 다시 처음부터 며칠을 작업해야 했어요. 현업 연구원들도 한계에 부딪혔거든요. "계산 한 번 하는 데 일주일이 걸려요. 새 계산은 또 일주일이고요. 이래서야 컴퓨터를 어떻게 써요?"
맨체스터 대학의 연구진은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어요. "명령(프로그램)을 데이터처럼 메모리에 저장해두면 어떨까? 그러면 다른 계산을 시키고 싶을 때 케이블을 옮기지 말고, 메모리에 새 명령을 적기만 하면 되잖아."
1948년 6월 21일, 맨체스터 대학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메모리 내장형 프로그램이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을 시연했어요. 기계의 별명은 "Baby"(작은 컴퓨터라서). 메모리에 17개 명령을 적어두자 컴퓨터가 그걸 차례로 읽어 실행하며 답을 내놓았죠. 당시 연구원 사이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왔어요. "보세요! 케이블 한 가닥도 안 옮겼는데 새 계산을 했어요. 이게 진짜 '컴퓨터'예요. 우리가 명령만 바꾸면 같은 기계가 다른 일을 해요!"
이게 "저장 프로그램 컴퓨터"라는 개념의 시작이었어요. 노트북, 스마트폰, 게임기, 자동차 컴퓨터가 전부 이 발상 위에 있어요. 기계는 그대로 두고 명령(프로그램)만 바꿔 다른 일을 시켜요.
짧은 초기 명령어로 전체 프로그램을 불러오는 이 방식이 부팅(전원을 켤 때 운영체제가 실행되는 과정)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