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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기관 설계 · 찰스 배비지
"실수 없는 표를 기계가 대신 찍어 주면 어떨까?" 배비지가 밤새 황동 톱니를 스케치하던 바로 그 순간을 따라갑니다.
왕립천문학회 의뢰로 표를 만들던 배비지는 계산 오류 때문에 밤마다 수정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그는 기계 공방을 드나들며 기어와 톱니를 조합하면 덧셈과 뺄셈을 자동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했습니다. 견습생들이 “이렇게 복잡한 기어를 어떻게 깎나요?”라고 묻자, 배비지는 직접 황동 샘플을 들고 공방과 설계를 오가며 조립 순서를 설명했습니다.
몇 달 뒤 왕립 학회 전시에서 한 천문학자가 “손으로 검산하던 밤이 끝나는 건가요?”라고 묻자, 배비지는 톱니가 돌아가는 시연기를 돌려 보이며 “버튼만 당기면 다음 열이 저절로 올라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옆에서 보던 공학자는 이 아이디어를 필사해 가며 “이 방식을 꼭 제 공장 계산에도 써보고 싶군요.”라고 속삭였습니다.
차분기관은 다항식을 항별로 전개해 덧셈만 반복하면 값을 구할 수 있다는 수학 원리를 기계에 적용한 설계였습니다. 입력은 금속 막대의 위치로, 출력은 숫자가 새겨진 휠로 표현되었죠. 비록 당시 기술로는 완전한 모델을 제작하지 못했지만, "반복 계산을 기계에 위임한다"는 사고방식이 이후 컴퓨터 구조를 구상할 때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